박우란 작가의 여자의 심리코드 책 리뷰 : 가히 엄청난 통찰력이다.

 

순수했던 대학시절, 사랑하는 작가가 참 많았다. 주로 소설 작가였다. 그들이 보여주는 상상력과 세계관이 좋았다. 그 속에 푹 빠져 살았다. 그렇게 몇몇 작가의 팬이 되었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서 사랑하는 작가들이 줄어갔다. 마음과 영혼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별 수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그러나 대학시절의 버릇을 남못줘서 항상 독서에 대한 갈증에 시달렸다.  가뭄에 단비가 필요했다. 박우란 작가의 책은 독서의 즐거움을 잊어가던 내게 가뭄의 단비 같이 다가왔다.

 

 

 
여자의 심리코드

《여자의 심리코드》는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를 썼던 박우란 저자가 프로이트, 라깡 심리학을 바탕으로 여성을 깊이 있게 조명한 세 번째 책이다. 1만여 회 이상의 상담을 통해 여성에 대한 깊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여자라서 내가 이렇게 힘든 걸까?”, “지금까지 내가 맡은 역할을 빼고 나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처럼 질문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럼에도 쉽사리 ‘여성’을 살게 하고 꿈꾸게 하는 요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를 우리가 여성(또는 남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라깡이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내 생각, 내 주장, 내 자아, 내 관점은 이미 언어가 유입되는 무의식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스스로 깨닫기란 쉽지 않다. “여성이란 숨는 곳, 무엇인가를 감추는 것이라 상정함으로써 여성성에 관한 진정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 세르쥬 앙드레 저자는 ‘여자는 누구이고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프로이트와 라깡의 개념으로 여성을 설명했다. ‘결핍된 여자’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적이고도 가장 내밀한 곳을 파헤치면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정의되지 않았던 근본적인 ‘여자 이야기’를 풀었다. 단순히 남자와 대립된 여자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서의 결핍과 욕망, 그리고 자존을 향한 이야기를 풀어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살면서 고민스러웠을 마음의 문제를 깊이 짚어 준다. 이러한 문제는 결핍, 욕망, 사랑, 자존, 자유라는 키워드로 설명되었다. 이러한 5가지 심리코드는 인간의 숨은 내면을 살피고, 여성 또는 남성을 넘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여자의 심리코드》를 읽고 이제껏 만나 보지 못한 인간의 맨 얼굴을 깨닫는 순간, 진짜 나를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저자
박우란
출판
유노라이프
출판일
2022.11.08

 

왜 꽂혔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책 속에 펼쳐져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 어쩌면 현실이라 자신있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내게 너무나 술술 읽혔고,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나 그럴듯 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가족 안에서 느끼던 갑갑함과 답답함. 그 감정을 그녀가 시원스레 긁어주는 거 같았다.

 

내가 철학을 복수전공했어서 그런가? 그녀의 책이 너무나 그럴듯하게 와닿았던 건, 그녀의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건, 뭐랄까. 정말 그녀의 말이 \’팩트\’여서라기 보다 그냥 어떤 \’코드\’가 잘 맞아 떨어져서인 거 같았다. 

 

한편으론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녀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녀가 보는 세상이 정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면, 너무 슬프고 절망스럽고 외로울 거 같았다. 일종의 방어기제였을까? 엄마와 아빠가 내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는 일종의 가족 신화가 와장창창 깨지는 경험은 그리 유쾌할 거 같지 않았다.

 

그녀의 책을 읽고 일종의 분열이 일어나는 거 같았다. 내 삶 전반 곳곳에서 부정하고 싶었던 가족이 주었던 상처, 가족 이데올로기로 합리화 되던 많은 부당한 것들과 내내 부정당했던 나의 감정과 느낌. 그 모든 게 나를 죄여왔다. 엄마에게 분노했다. 아빠에게 분노했다.

 

솔직히,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엄마와 아빠는 완전히 성숙한 인간이고, 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이며, 나에게 성숙한 사랑을 줄 수 있었던 사람이길 바란다. 근데 한 편으론 그렇지 않다는 걸, 그리고 어쩌면 나의 부모는 그 누구보다 나약하고 미성숙 할 수 있다는 걸 내 스스로, 내 무의식은 또 알고 있는 거 같다. 그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내것으로 체화하는 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과정이며 겪어야 하는 성장통인걸까?

 

의식과 무의식은 원래 이렇게 분열적인 존재들인걸까. 먹고 살기 바쁘고, 현실을 살아가기에 급급한데 내가 왜 이런 고민까지 해야하나.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너무나 통찰력 있었고,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무엇보다 \’여자가 타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와, \’여자에게도 자신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통찰력은 정말인지 엄청나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통찰력엔 무언가 단단한 힘과 독립심이 느껴진다. 그게 내겐 뭐랄까. 고독이 주는 아우라.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한 가족의 장녀로, 딸로 30여년을 살아왔고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10여년을 지냈던 적이 있다. 그 속에서 예민하게 때로는 머리 아프게 겪었던 경험들과 느낌들을 그녀의 책을 통해 다시 마주보게 되었다. 내 스스로 내가 참 자아가 강하고, 나는 참 독립적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느낀건, 그럼에도 나도 흔하디 흔한 \’여자\’였구나. 라니.

 

\’여자\’를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 선다는 것, 한 인간이 부모를 벗어나 떳떳한 성인이 된다는 것, 그건 동일어가 아닐까. 나는 항상 주체적이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시절 철학에 매료되었었다.

 

그녀의 책은 내가 여자를 벗어나 주체로 서게끔, 부모를 벗어나 성인이 되게끔 격려해주는 거 같았다.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거 같았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허상일지라도,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남은 유일한 그 허상은 내가 유일하게 쫓을 수 있는 나침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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